<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벌거숭이 스님, 얼어 죽게 된 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 ①

붓다의 정원

벌거숭이 스님, 얼어 죽게 된 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 ①

진영갈매기 2020. 12. 31. 13:54

 

경주 월정교

 

그 일은 사문 정수(正秀)가 주지 스님의 명으로 경주 삼랑사(三郞寺)에서 영가 법문을 하고, 주석하고 있던 천엄사(天嚴寺)로 돌아가는 길에 일어났다.

 

천엄사는 현재 사적(史蹟)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한 장소는 모른다.

아는 것은 경주에 있었다는 것과 담암사(曇巖寺)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신라 제 40 대 애장왕

 

당시는 신라 제40대 애장왕(哀莊王, 788~809, 재위 : 800~809)이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즉위하고 숙부 김언승(金彦昇, 41대 헌덕왕)이 섭정을 맡았던 때였다.

 

 

왜구

 

나라에 중심이 제대로 서지 않으니, 시도 때도 없이 왜구가 쳐들어올 뿐 아니라, 밤이면 도적 때가 날뛰는 등 나라가 어지러워 세상인심마저 흉흉해졌다.

 

 

 

마침 시절이 한겨울이라 찬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가 숨이 막힐 만큼 무섭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초저녁이 겨우 지났건만 인가의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사방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한 시진 정도 걸었을까 일주문까지 일다경도 안 남은 것 같았다.

 

 

삼랑사 당간지주

 

! 다 왔구나.’

다급한 마음에 눈보라 속에서 급하게 산길을 재촉하는데 한쪽에 무언가 덩어리진 것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 힐끔 보였다.

바람결에 아기 울음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가까이 가서 보니 하얀 눈을 잔뜩 뒤집어쓴 채 사람 둘이 서로 웅크린 채 껴안고 있었다.

아무리 남쪽이라 하더라도 산속의 한겨울은 무시무시하다이런 혹독한 날씨에 내버려 두면 얼어 죽을 것이 틀림없었다.

 

 

정수는 두 사람을 흔들어 깨었다. 반응이 거의 없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탈진한 아기 울음소리만 들렸다. 자세히 보니 세 사람이다.

 

아이 엄마인 듯 여자 한 사람과 어린 소년 그리고 방금 태어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아기.

피 냄새가 역하게 났다

아이고! 부처님

계속 흔들어 대니 금방 해산을 했는지 실신했던 여인이 아기의 탯줄을 꽉 쥐고 있다가 핏발 선 눈을 뜨며 반응을 보였다.

정수 스님은 불문 곡절하고, 얻어 들은풍월로, 이빨로 아기의 탯줄을 끊어 주었다.

 

아이를 안고 여인을 바라보니 한겨울에 여름 옷차림이다.

정수 스님은 그 여인에게 제가 겉에 입고 있던 누더기를 벗어서는 덮어주었다.

덮어주고 나니 갓난쟁이가 벌거숭이다.

웃옷을 벗어 포대기 삼아 아이를 둘둘 말았다.

그런 다음 바지를 벗어 정신을 잃고 누워 있는 소년을 쌌다.

 

오늘 아침에 갈아입기를 잘했지!’

정수 스님은 돌아서서는 자기의 속옷을 벗어 여인에게 주었다.

모르긴 몰라도 남모르게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여자는 깜짝 놀라는 눈치더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두 손으로 받는다.

 

여인에게 조금만 참고 있으라고 한 다음 정수 스님은 갓난쟁이와 정신을 잃은 아이를 양손으로 껴안고 산길을 올라 자기 방에다가 눕혔다.

 

아궁이

 

행자에게 방에 군불을 때고 물을 끓이라고 시켰다.

망할 녀석! 입술은 왜 삐죽거리누.’

급히 이불을 펴서 두 아이를 눕히고는, 다시 산길을 급히 내려와서는 여인을 업어서 방에 눕혔다.

 

얼은 몸을 녹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상으로 잘라내야 할지도 몰랐다.

할 수 없이 걸인의 누더기를 벗겼다.

벗겨보니, 아뿔싸!

한 사람은 소년이라 별로 문제가 없었는데, 다른 한 사람, 아이 어미는 아이 태를 벗어난 지 두어 해나 겨우 넘을까 말까 한 처녀였다.

 

누더기 속에 봉곳하게 솟은 젖가슴이 보였는데 그 젖가슴에 때가 새까맣게 끼어있었다.

이런 망할 놈의 세상

불승 정수는 방바닥을 치며 울고 싶어졌다.

 

더운물 심부름을 하던 행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을 괘념치 않고 정수 스님은 더운물로 두 사람을 깨끗하게 씻기고는 속옷을(아쉽게도 여자가 입을 만한 속옷은 아니었지만 어쩌겠는가?) 찾아 입혀 따뜻한 방에 눕혔다.

 

그리고는 잠자는 원주스님을 깨어서는 미역과 표고버섯을 얻었다.

벌써 이야기가 한 바퀴 돌았음이 틀림없었다.

원주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헤헤거리며 미역을 내어주었다.

그냥 주면 어디가 덧나나!

 

 

표고버섯 미역국

 

참기름과 표고버섯을 넣고 돌돌 볶아서 미역국을 한 솥 끓여서 하얀 쌀밥과 함께 두 사람을 깨워서 먹였다.

'많이들 드시게, 많이 먹어야 젖도 많이 나오지.'

 

 

관세음보살

 

밥알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소리가 옆에 있는 정수 스님의 귀에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무 관세음보살! 얼마나 굶었을꼬!’

밥상을 밀어놓고 두 사람과 한 갓난쟁이 옆에서 정수 스님도 오그리고 같이 잤다.

 

말썽은 다음날 벌어졌다.

행자가 지난밤에 본 일에다가, 제 못난 상상력도 담뿍 보태서, 온 절집에 나발을 불고 다닌 것이었다.

<계속 이어집니다.>

 

 

<용어 해설>

한시진(一時辰) : 한 시진은 약 2시간

일다경(一茶頃) : 5~15, 차 한잔을 마실 정도의 시간

풍월(風月) : 음풍농월(吟風弄月)의 준말, 얻어들은 얕은 지식.

원주(院主) : 절의 살림을 사시는 스님

 

* 참고문헌

<삼국유사>2, 7 감통편, ‘정수사가 얼어 죽게 된 여자를 구하다(正秀師救氷女)’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재호 옮김, 일연 지음, <삼국유사 1>(솔출판사, 2008)

 

링크 부탁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6Oer7r5t6Kb1gmuR9jaQzA

방랑자 블로그 https://bonghw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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