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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3

시래기죽으로 차린 제사상

설을 맞이하여, ㅎ! 돌아가신 부친이 부자인 아들의 제사상이 아니라 가난한 아들의 시래기죽으로 차린 제사상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어떤 곳에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동쪽 마을에 사는 형은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이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서쪽 마을에 있는 동생은 부잣집으로 장가를 가서 인근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떵떵거리고 살았습니다. 때는 조선 시대라 제사를 반드시 큰아들이 책임져야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잘사는 동생을 두고 못사는 형이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마는, 나라의 법도가 그런 것을 어쩌겠습니까? 없는 집일수록 제사가 자주 돌아오는 것일까요. 가난한 형님 내외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찾아오는 제사의 제수 마련하느라, 일 년을 하..

글 한 줄도 모르는 떠꺼머리총각 살아서 부처님 소리를 듣다 ①

전라도 영암 땅에 있는 월출산 기슭에는 관음사라는 오래된 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관음사 아랫마을에는 나무를 해 저자에 팔고 방아를 찧어서 품을 파는 가난한 떠꺼머리총각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총각의 이름은 병석이었습니다. 병석은 영리함하고는 거리가 먼데다가 심한 말더듬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새벽녘 우물가에서 처음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맑은 품성을 지녔습니다. 자기네들하고 같은 부류인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마을의 코흘리개들이 동무로 여겨 해맑은 목소리로 ‘형아, 형아’ 하고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병석 또한 아이들을 제 동기간 같이 좋아해서, 즐겨 업고 지고 메고 하면서 더듬더듬 혀 짧은 목소리로 같이 놀아주었습니다. 나무를 하러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병석은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관음..

천년 먹은 지네의 소원 ①

옛날 한양 변두리 왕십리에 찢어지게 가난한 박만석(朴萬石)이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만 만석일 뿐, 송곳 하나 꽃을 땅도 없는 알짜 가난뱅이라서,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몇 년째 지붕을 잇지 못해 머리 위의 초가지붕으로는 낮에는 해가 밤에는 별이 훤히 보였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자, 절망에 빠진 만석은 마침내 이 세상을 하직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어디로 간다고 아내에게 말하지도 않고 집을 나왔습니다. 한강으로 가서는 맞춤한 낭떠러지가 나올 때까지 찾아 헤맸습니다. 그럴듯한 장소를 발견하자 만석은 벼랑 끝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꼭 감고는, 흐르는 물속으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만석이 한강에 몸을 던진 지, 한 식경이나 지났으려나,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