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500년 왕조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양 남대문 밖에서 세상이야 어찌 됐든 간에 과거시험에 목을 매달고 사는 심생(沈生)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집은 부엌 한 칸, 방 두 칸인데 말이 좋아 삼간 초옥이지, 후락하고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삼 간이었다.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젊은 아내와 같이 사는데, 돈 들어올 곳이라고는 바늘구멍만큼도 없는 백면서생이라 계절이 바꿀 때 갈아입을 옷조차 없는 형편이었다. 천만다행하게도 병조판서와 동서 간이라, 아내의 얼굴을 보고, 그 집에서 일용할 식량과 나무 등은 철 따라 보내주었다. 어느 해 겨울 사랑방에서 책을 읽다 과거가 언제 있나 마음속으로 셈을 하며 딴짓을 하고 있는데 문득 천장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심생은 긴 담뱃대를 가지고 천장을 두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