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개경(開京) 땅에 김범석이라는 젊은이가 살았다. 그는 나이가 스무 살이 훨씬 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까닭은 아내 고르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조건은 가문이 좋고, 부자라야 할 뿐 아니라 얼굴이 이쁘고 몸매까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입에 맞는 떡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세월만 헛되게 보냈다. 그러던 중 어느 해, 바람이라도 쏘일까 하고 서경(西京) 지방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어느 객주 집에 여장을 풀게 되었다. 그런데 객주 집 노파가 범석의 외모와 옷차림을 보더니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생글생글 웃으며 중매쟁이 노릇을 할 것을 은근히 자처했다. “이 지방에 가문도 좋고 부자인 데다 인물도 아름다운 색시가 한 사람 있는데 마땅한 신랑감이 없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