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명부' 태그의 글 목록

명부 2

하늘이 맺어준 연분을 인간이 어떻게 하랴?

고려 시대 개경(開京) 땅에 김범석이라는 젊은이가 살았다. 그는 나이가 스무 살이 훨씬 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까닭은 아내 고르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조건은 가문이 좋고, 부자라야 할 뿐 아니라 얼굴이 이쁘고 몸매까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입에 맞는 떡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세월만 헛되게 보냈다. 그러던 중 어느 해, 바람이라도 쏘일까 하고 서경(西京) 지방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어느 객주 집에 여장을 풀게 되었다. 그런데 객주 집 노파가 범석의 외모와 옷차림을 보더니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생글생글 웃으며 중매쟁이 노릇을 할 것을 은근히 자처했다. “이 지방에 가문도 좋고 부자인 데다 인물도 아름다운 색시가 한 사람 있는데 마땅한 신랑감이 없어서 ..

천년 먹은 지네의 소원 ②

여인의 집으로 가는 길 도중에 천 년 묵은 아름드리 고목이 한 그루 있었습니다. 그 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어디선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귀에 익은 목소리라 만석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들아, 내 아들아! 나는 네 아버지의 혼령이다. 내 말을 잘 들어라. 너는 ‘그것’을 만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천년이나 된 요망한 지네가 여자의 몸으로 변신했을 뿐이다. 제발 부탁이니,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어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는 확실히 죽은 부친의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만석은 두고 온 처녀가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나는 그 여인을 만나야 합니다. 저는 그 여인에게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누구도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