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사문 정수(正秀)가 주지 스님의 명으로 경주 삼랑사(三郞寺)에서 영가 법문을 하고, 주석하고 있던 천엄사(天嚴寺)로 돌아가는 길에 일어났다. 천엄사는 현재 사적(史蹟)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한 장소는 모른다. 아는 것은 경주에 있었다는 것과 담암사(曇巖寺)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신라 제40대 애장왕(哀莊王, 788년~809년, 재위 : 800년~809년)이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즉위하고 숙부 김언승(金彦昇, 제41대 헌덕왕)이 섭정을 맡았던 때였다. 나라에 중심이 제대로 서지 않으니, 시도 때도 없이 왜구가 쳐들어올 뿐 아니라, 밤이면 도적 때가 날뛰는 등 나라가 어지러워 세상인심마저 흉흉해졌다. 마침 시절이 한겨울이라 찬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가 숨이 막힐 만큼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