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신윤복' 태그의 글 목록

신윤복 2

천년 먹은 지네의 소원 ①

옛날 한양 변두리 왕십리에 찢어지게 가난한 박만석(朴萬石)이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만 만석일 뿐, 송곳 하나 꽃을 땅도 없는 알짜 가난뱅이라서,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몇 년째 지붕을 잇지 못해 머리 위의 초가지붕으로는 낮에는 해가 밤에는 별이 훤히 보였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자, 절망에 빠진 만석은 마침내 이 세상을 하직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어디로 간다고 아내에게 말하지도 않고 집을 나왔습니다. 한강으로 가서는 맞춤한 낭떠러지가 나올 때까지 찾아 헤맸습니다. 그럴듯한 장소를 발견하자 만석은 벼랑 끝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꼭 감고는, 흐르는 물속으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만석이 한강에 몸을 던진 지, 한 식경이나 지났으려나, 빨..

기생으로 변신한 귀신에 혼쭐 난 전라도사

기생으로 변신한 귀신에 혼쭐 난 전라도사 전라도사(全羅都事) 김 아무개가 전주 남청(南廳)에 있을 때의 일이다. 기생들은 모두 뒤채에 있었고 종들도 물러나 다른 곳에서 쉬고 있었다. 날이 저물 무렵 김모가 홀로 무료하게 앉아 있는데 한 기생이 신발을 끌고 동헌 앞을 지나갔다. 얼른 봐도 그 옷차림이 매우 곱고 아름다웠으며 용모와 자태가 세련되고 우아하였다. 게다가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아련하고도 해사한 표정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여염집 부인에게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라 김모는 스스로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물어보는데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너는 누구인가?”, “예, 전주 교방(敎坊, 기생학교)의 기생입니다.” 나지막하고도 간드러진 음성이 마음을 울렸다. “교방 기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