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양 변두리 왕십리에 찢어지게 가난한 박만석(朴萬石)이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만 만석일 뿐, 송곳 하나 꽃을 땅도 없는 알짜 가난뱅이라서,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몇 년째 지붕을 잇지 못해 머리 위의 초가지붕으로는 낮에는 해가 밤에는 별이 훤히 보였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자, 절망에 빠진 만석은 마침내 이 세상을 하직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어디로 간다고 아내에게 말하지도 않고 집을 나왔습니다. 한강으로 가서는 맞춤한 낭떠러지가 나올 때까지 찾아 헤맸습니다. 그럴듯한 장소를 발견하자 만석은 벼랑 끝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꼭 감고는, 흐르는 물속으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만석이 한강에 몸을 던진 지, 한 식경이나 지났으려나,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