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관세음보살' 태그의 글 목록

관세음보살 7

통도사 스님과 그를 절 앞에 버린 어머니

옛날 조선 정조대왕 시절에 경상도 양산 통도사에는 원광(元光)이라는 훌륭한 법사가 한 분 계셨다. 그 스님은 핏덩이일 때 누군가 불쌍한 중생이 버리고 간 아이였다. 이십여 년도 훨씬 전에 있었던 일이다. 새벽예불을 하기 전 목탁을 치면서 도량(道場)을 돌고 있던 기도 스님이, 갑자기 어디에선가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스님은 목탁 치는 것을 중단하고,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하고 귀를 기울여서 가만히 들어보았다. 아무래도 일주문 근처인 것 같았다. 급하게 가보니 아이가 포대기에 둘러싸인 채 울고 있었다. 절 앞에 아이를 두었으니 기막힌 사정이 있었던 것이겠지.…… 옛날부터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들지 않는 것이 절집의 불문율이라, 기도 스님은 관세음보살의 뜻이거니 하였다. 이것저..

그대를 향한 일편단심, 내생을 기약하다

고려 시대 몽골군이 끊임없이 우리 민족을 괴롭히던 때에 있었던 일입니다. 섬진강 인근에 감 동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혼인한 지 채 1년도 안 되는 새신랑이었는데, 그만 전쟁에 징발되어 싸움터에 나갔다가, 운이 나쁘게도 몽골군의 포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동석은 압록강을 건너 멀고 먼 만주 땅 심양(瀋陽)으로 끌려가서는 그곳에 세워진 고려인 노예시장(奴隸市場)에서 농장주에게 팔려서는 이름도 모르는 낯선 오지로 끌려갔습니다. 동석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는 매섭게 추운 만주 하얼빈 근처의 농장에 갇혀 살면서 심한 노역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덧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강물처럼 지나갔습니다. 아내는 어떻게 지내는지?,……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섬진강 강물은 잘 흐르고 있는지..

그리워라! 관세음보살을 감동하게 만든 순백의 사랑

청년 김생은 밤새워 보림사 대적광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 주변을 천천히 돌았습니다. 일찍 아내를 잃고 탐진강에서 고기를 잡아 홀아비의 몸으로 어렵게 김생을 키우던 아버지가 몹쓸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오늘로 딱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묘지 옆에 움막을 짓고, 지극정성으로 3년간 시묘살이를 하는 동안, 김생은 어느덧 18살의 의젓한 사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가지산 보림사 명부전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가가 모셔져 있었습니다. 김생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아미타부처님께 기원했습니다. 부친의 유언대로, 이제 오늘 밤이 지나면, 김생은 고향 장흥(長興)을 떠나서 멀리 낯선 땅 한양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한양 남대문 근처에는 박돌석이라는 부친의 죽마고우 한 분이 살고 ..

글 한 줄도 모르는 떠꺼머리총각 살아서 부처님 소리를 듣다 ②

“그만 일어나세요. 그곳은 바람이 다니는 길이라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수도 있어요.” 하는 소리가 공중에서 들리는 것 같더니, 환하게 웃던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습니다. 작아지고, 작아지고,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는 하나의 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홀연! 반짝하는 것 같더니 구름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병석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다가, 갑자기 들리는 ‘쿵’하는 소리에 천지가 새까맣고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좁은 바위틈에서 무심결에 일어나다가 천장에 있는 돌팍에다 머리통을 박은 것이었습니다. ‘아아이고 아아파라.’ 혹이 금방 커다랗게 부풀러 올랐습니다. 병석은 멍청하니 앉아서는, 혹을 문지르며, ‘꿈이었나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위틈으로 사..

글 한 줄도 모르는 떠꺼머리총각 살아서 부처님 소리를 듣다 ①

전라도 영암 땅에 있는 월출산 기슭에는 관음사라는 오래된 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관음사 아랫마을에는 나무를 해 저자에 팔고 방아를 찧어서 품을 파는 가난한 떠꺼머리총각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총각의 이름은 병석이었습니다. 병석은 영리함하고는 거리가 먼데다가 심한 말더듬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새벽녘 우물가에서 처음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맑은 품성을 지녔습니다. 자기네들하고 같은 부류인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마을의 코흘리개들이 동무로 여겨 해맑은 목소리로 ‘형아, 형아’ 하고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병석 또한 아이들을 제 동기간 같이 좋아해서, 즐겨 업고 지고 메고 하면서 더듬더듬 혀 짧은 목소리로 같이 놀아주었습니다. 나무를 하러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병석은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관음..

벌거숭이 스님, 얼어 죽게 된 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 ②

‘네 이놈! 잘 걸렸다 싶었던지?’ 절집 대중들이 떼를 모아 정수 스님을 찾아왔다. 들은 척도 안 하자 주지 스님과 방장 스님을 찾아가서는 ‘천엄사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저 못된 파계승을 쫓아내라’고 온갖 난리를 피웠다. ‘너희가 아무리 그래 봐라. 내가 꼼짝을 하는가.’ 대중 스님들의 성화에도 불승 정수는 끄떡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먹이고 닦이고 입히고 옆에서 같이 잤다. 갓난아이는 제 엄마가 먹이고,……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사연을 캤다. “너희들은 어떤 사이냐?” 정수 스님이 묻자 아이 엄마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예, 스님. 저희는 남매사이입니다. 저는 외순이라 하고 이제 열여섯이 막 되었습니다. 제 동생은 막둥이라 부르고 열 살입니다.” “어떤 연유로 그 골짜기에 있게 되었느냐? 부모님..

붓다의 정원 2021.01.03

벌거숭이 스님, 얼어 죽게 된 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 ①

그 일은 사문 정수(正秀)가 주지 스님의 명으로 경주 삼랑사(三郞寺)에서 영가 법문을 하고, 주석하고 있던 천엄사(天嚴寺)로 돌아가는 길에 일어났다. 천엄사는 현재 사적(史蹟)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한 장소는 모른다. 아는 것은 경주에 있었다는 것과 담암사(曇巖寺)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신라 제40대 애장왕(哀莊王, 788년~809년, 재위 : 800년~809년)이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즉위하고 숙부 김언승(金彦昇, 제41대 헌덕왕)이 섭정을 맡았던 때였다. 나라에 중심이 제대로 서지 않으니, 시도 때도 없이 왜구가 쳐들어올 뿐 아니라, 밤이면 도적 때가 날뛰는 등 나라가 어지러워 세상인심마저 흉흉해졌다. 마침 시절이 한겨울이라 찬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가 숨이 막힐 만큼 무..

붓다의 정원 202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