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영암' 태그의 글 목록

영암 2

복전(福田)을 쌓는 최고의 방법은 무주상보시

때는 신라 시대였다. 영암에서 나주로 가는 길목, 영암천 옆에 작은 주막이 하나 있었다. 그 주막에는 나이 든 주모를 도와 허드렛일을 하는 덕진이라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일찍 부모를 여윈 오갈 데 없는 고아였다. 영암천은 서해안에서 바닷길로 내륙 깊숙이 들어오는 끝 지점으로, 목포에서 들어오는 배가 마지막으로 정박하는 나루터가 있는 곳이다. 영암천은 폭이 백자 남짓으로 나무다리를 건너야 나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닷물이 차오를 때는 나무다리를 건너가기가 위험했으며, 물살에 다리가 무너져 내린 경우가 허다했다. 이럴 때면 영암천 상류 누릿재까지 한나절을 돌아가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어느 해 사월 초파일이었다. 주모의 허락을 받은 덕진은 첫새벽에 일어나 월출산(月出山) 도갑사(道岬寺)..

글 한 줄도 모르는 떠꺼머리총각 살아서 부처님 소리를 듣다 ①

전라도 영암 땅에 있는 월출산 기슭에는 관음사라는 오래된 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관음사 아랫마을에는 나무를 해 저자에 팔고 방아를 찧어서 품을 파는 가난한 떠꺼머리총각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총각의 이름은 병석이었습니다. 병석은 영리함하고는 거리가 먼데다가 심한 말더듬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새벽녘 우물가에서 처음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맑은 품성을 지녔습니다. 자기네들하고 같은 부류인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마을의 코흘리개들이 동무로 여겨 해맑은 목소리로 ‘형아, 형아’ 하고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병석 또한 아이들을 제 동기간 같이 좋아해서, 즐겨 업고 지고 메고 하면서 더듬더듬 혀 짧은 목소리로 같이 놀아주었습니다. 나무를 하러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병석은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