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은진(恩津, 현재의 논산)과 석성(石城, 현재의 부여) 사이에 있는 어떤 고을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어느 해 마을 향약(鄕約)의 책임을 맡았다. 선비는 장차 이 일을 축하하는 마을 행사에 사용하려고 술 한 동이를 빚었다. 열흘이 지나자 술이 익어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런 기름이 한 치가량 표면에 떠 있었다. 술을 거르는 틀에 올려놓을 때가 되어, 바가지로 주머니에 담으려는데, 바가지에 무엇인가가 자꾸 걸리는 것이었다. 꺼내 보니 지게막대기만 한 독사가 항아리 속에서 똬리처럼 몸을 틀고 죽어있었다. 소식을 듣고 모여든 동네 사람들이 그 모양을 보고 펄쩍펄쩍 뛰었다. 어떤 이는 부정 탔다고 불쾌해했고, 어떤 이는 더럽다고 땅바닥에 대고 퉤퉤 침을 뱉었다. 그래서 마을 어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