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놈! 잘 걸렸다 싶었던지?’ 절집 대중들이 떼를 모아 정수 스님을 찾아왔다. 들은 척도 안 하자 주지 스님과 방장 스님을 찾아가서는 ‘천엄사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저 못된 파계승을 쫓아내라’고 온갖 난리를 피웠다. ‘너희가 아무리 그래 봐라. 내가 꼼짝을 하는가.’ 대중 스님들의 성화에도 불승 정수는 끄떡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먹이고 닦이고 입히고 옆에서 같이 잤다. 갓난아이는 제 엄마가 먹이고,……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사연을 캤다. “너희들은 어떤 사이냐?” 정수 스님이 묻자 아이 엄마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예, 스님. 저희는 남매사이입니다. 저는 외순이라 하고 이제 열여섯이 막 되었습니다. 제 동생은 막둥이라 부르고 열 살입니다.” “어떤 연유로 그 골짜기에 있게 되었느냐? 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