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생명을 빼앗아 가는 야차에서 생명을 살리는 호법신장으로, 귀자모(鬼子母) ②

붓다의 정원

생명을 빼앗아 가는 야차에서 생명을 살리는 호법신장으로, 귀자모(鬼子母) ②

진영갈매기 2020. 12. 23. 15:07

 

출산과 양육을 도와주는 호법신장, 귀자모 하리티(Hārītī)

 

귀자모는 그날 무척 기분이 좋았다. 왕사성에서 막내아들이 특히 좋아하는 외아들을 잡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재수도 좋지!

얼른 요리해서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바쁜 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보니 언제나 쪼르르 달려와 품속에 안기던 막내아들 애아(愛兒)가 보이지 않았다.

 

귀자모는 놀라고 당황하여 곳곳을 찾아보고 또 모든 아들에게 동생 애아(愛兒)가 어디 있느냐물었으나, 모두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야차의 울부짖음

 

급히 왕사성에 돌아가 두루 동네마다 헤매면서 길로, 숲으로, 못가로, 빈집으로 모두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귀자모는 곧 제 가슴을 치면서 슬피 우는데, 입술이 마르고 입안이 탔으며 정신이 흐리고 어지러웠다.

 

그녀는 반은 혼이 나가서 제대로 씻지도 입지도 않은 채 큰 소리로 애아야, 어디 있느냐고 부르짖으면서 성 밖에까지 나아가 보았으나 역시 찾지 못하였다.

곧 사방으로 가고 사해(四海)에까지 갔으나 역시 못 보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열흘이 지났다.

귀자모 야차는 머리털이 산발이 되고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로 땅에서 구르면서 미친 사람처럼 몸부림치며 제 아들을 구해달라고 제석천을 보고 울부짖었다.

 

 

사천왕 중 다문천왕

 

그러다가 언뜻 생각이 났다.

대장군님이라면 아실 거야.’ 귀자모는 야차(夜叉)와 나찰(羅刹)을 거느리는 사천왕(四天王)인 다문천왕(多聞天王)에 가서 큰 돌 위에 몸을 던져 땅에 쓰러지며 턱을 덜덜 떨면서 흐느꼈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나찰녀

 

수미산의 북방을 수호하시는 하늘 같은 대장군님이시여! 제 말을 들어주소서. 저의 막내아들 애아를 어떤 몹쓸 종자가 훔쳐 갔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미칠 것 같습니다. 얼굴이라도 좀 보게 해 주십시오.”

 

다문천왕이 말하였다.

귀자모(鬼子母), 하리티(Hārītī)! 근심 때문에 스스로 미칠 것까지는 없을 것 같구나. 잘 생각해보아라. 너는 가만히 네 집 근처의 아이가 낮에 놀던 곳을 관찰하여 보아라. 그곳에 누가 와서 있었느냐?”

 

귀자모 야차가 한참을 궁리하더니 머뭇거리며 말하였다.

대장군님, 사문 고타마 싯다르타가 시자(侍者) 아난과 함께 우리 집 근처에 있었다는 말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고타마는 남의 아들을 훔칠 사람이,……

 

 

부처님의 시자, 아난

 

다문천왕이 귀자모 야차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였다.

그러더니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하였다.

그래! 그렇다면 마땅히 빨리 세존님께 가 보아라. 아마 너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리라 생각이 되는구나.”

 

야차가 이 말을 듣고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왕사성 죽림정사 부처님에게로 쏜살같이 뛰어갔다.

부처님 앞에 이르러서는 발에 절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공손한 자세로 얌전하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막내아들 애아를 잃어버린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바라옵건대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저의 아들을 찾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아들을 몇이나 두었느냐?”

야차가, 갑자기 얼굴에 광채를 내면서, 대답했다.

제가 지상에만 5백 아들을 두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살짝 미소를 머금으면서 물었다.

“5백이나 되는 아들 중에서 한 아들이 없는데 무엇이 그리 괴로우냐?”

 

화가 난 야차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말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오늘 애아를 보지 못한다면, 부처님께 맹세하건대 제 몸의 모든 구멍이란 구멍으로 뜨거운 피를 토하고 죽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슬픔에 잠긴 표정을 하고 말했다.

“5백 명이나 되는 아들 중에서 한 아들만 보지 못하여도 그렇게 괴롭구나? 그렇다면 너는 세상 사람들의 아이들을 죽이고 잡아먹지 않느냐? 그 부모들의 괴로움은 어떠하겠느냐.”

 

그 말을 듣자 귀자모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대답했다.

부처님, 어찌 저의 귀한 아들을 하찮은 범부(凡夫)나 중생의 아들들과 비교하십니까? 가당찮습니다.”

귀자모 야차의 말을 듣자, 부처님께서 여러 번 되뇌었다.

가당찮다. 가당찮다. ”

 

그러더니 아난을 불렀다. 아난이 다가오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귀자모 야차와 함께 그동안 이 여자에게 자식을 빼앗긴 왕사성 가정들을 한번 돌아보고 오느라.”

 

귀자모 야차는 아난과 함께 아들을 빼앗긴 왕사성의 가정들을 돌아다녔다.

집집이 사람이 사는 집 같지 않았다.

모두 어느 때나 자식이 돌아올까? 문지방에 걸터앉아 대문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퀭한 눈이 10리는 들어간 것 같았다.

 

 

중국영화의 강시

 

옷은 입었는지 벗었는지, 찢어진 저고리에 앙상한 어깨가 드러난 채 양쪽 부모가 비틀거리며 마당을 헤매고 다니는 모습이, 마치 가슴에 장독 크기의 구멍이 뚫린 강시(僵尸)가 걸어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집이나 며칠 동안 부엌에 밥을 한 흔적이 없었다.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자식을 잃고 물 한 모금도 넘기기 힘든데, 밥알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리가.……

 

아난과 함께 왕사성을 둘러보고 온 귀자모 야차가 부처님 앞에 엎드려 울며 말했다.

진정 이런 줄 몰랐습니다. 제가 느끼는 고통과 중생들이 느끼는 고통이 같은 줄 몰랐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귀자모

 

귀자모는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제 자식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항상 배부르게 먹이기만을 원했을 뿐입니다. 그게 그렇게 나쁜 짓인 줄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부처님 저를 절대로 용서하지 마시고 심한 벌을 내려주십시오.”

 

부처님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너는 네 자식을 사랑하는데 눈이 어두워 날마다 다른 사람의 자식을 훔쳐서 네 아들들에게 먹였다. 너에게만 사랑이 있는 줄 아느냐. 너의 사랑만 고귀한 줄 알았더냐.”

 

너는 오백 아들 가운데 한 아들을 잃자 피눈물을 흘리며 천지사방을 떠돌았다. 너만 천지사방을 떠돌며 피눈물을 흘리는 줄 아느냐. 세상 모든 부모가 다 그러하다. 너의 죄는 아주 크고 심해서 자비심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러니 지금 죽어서 변성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중국 귀자모 벽화

 

부처님의 꾸짖음에 귀자모 야차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난이 옆에 서 있다가 부처님의 눈치를 살피면서 귀자모 야차에게 소곤거렸다.

따로 할 말이 없느냐?”

 

그러자 귀자모 야차가 눈물을 왈칵 쏟으며 제 마음을 털어놓았다.

저는 지옥에 가도 마땅한 죄를 지었으니 그 죄업을 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조금 더 일찍 깨닫지 못한 것에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 제 자식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새끼들이 악업을 지을 것이 뻔한 대도 그것을 고쳐 줄 수 없으니 그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일본 귀자모 상

 

가만히 눈을 감고 옆에서 듣고 있던 부처님이 귀자모 야차에게 물었다.

네 잘못을 참회하느냐?”

귀자모가 두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방법을 가르쳐 주옵소서.”

 

삼귀의(三歸依) 오계(五戒)의 계율을 받아 지녀 그대로 실천하겠느냐? 그러면 왕사성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서 살인의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이 자리에서 네 막내아들을 돌려줄 수도 있다.”

 

부처님은 발우 밑에 있는 그녀의 막내를 보여주었다.

귀자모는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신통력을 다하여 아들을 안아가려 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부처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약속하지 않았느냐. 네가 만일 삼귀오계(三歸五戒)를 받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의 아들을 돌려줄 것이다.”

 

 

전남 해남 대흥사 귀자모 벽화

 

귀자모는 맹세했다.

세존이시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녀가 삼귀의와 오계를 받으니, 부처님이 아들을 돌려주었다. 귀자모 야차가 살생하지 않으니 왕사성 사람들이 모두 근심을 놓고 편안함을 얻었다.

 

귀자모 하리티는 부처님으로부터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큰 깨달음을 얻은 이후로, 여러 생에 걸쳐서 자기의 잘못을 참회하고, 세상 사람들을 위해 살기로 서원을 세웠다.

 

그것은 아래로는 자식들을 제대로 훈육하고, 위로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며, 이 세상에 자식이 없는 사람에게 자식을 낳게 해주겠다는 서원이었다.

 

 

호법신장

 

이후 귀자모 하리티(Hārītī)는 지금까지도, 자식을 낳길 원하는 여인이 한마음으로 기원하면 복덕을 모두 갖춘 자식을 출산하게 해주며, 아울러 어린 자식이 건강하게 크도록 도와주고 보호하는, 불교의 호법신장(護法神將)으로 회자하고 있다.

 

<용어 해설>

- 나찰 : 푸른 눈, 검은 몸, 붉은 머리털을 한 악귀(惡鬼). 사람을 잡아먹으며 지옥에서 죄인을 못살게 군다고 한다. 나중에 불교의 수호신이 된다.

- 사천왕 : 동서남북 사방에서 부처의 법을 지키는 네 수호신. 북쪽에는 다문천왕(多聞天王)이 있다.

- 강시 : 죽어서 썩거나 부패하지 않고 굳은 시체.

          ②원혼이 깃들어 사람을 해치는 얼어 죽은 사체.

          ③중국의 대표적인 요괴. 전쟁터나 객지에서 죽은 시신을 고향으로 옮겨다 묻어주기 위해 부적을 붙여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시신이 강시.

         ④서양 좀비를 중국어로 번역한 단어가 강시.

- 삼귀의 : 삼보(三寶), 즉 부처님, 부처님 법, 불법을 수행하는 승려에 돌아가 의지함.

- 호법신장 : 불법을 수호하는 천신과 장군들

 

링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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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三藏法師義淨奉 制譯,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雜事1

元魏西域三藏吉迦夜共曇曜 譯, 雜寶藏經

이성법 지음, ·보살의 본적(나녹, 2019)

전남 해남 대흥사 귀자모 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