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업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멸하나요.

붓다의 정원

업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멸하나요.

진영갈매기 2020. 12. 18. 13:47

최봄보리 그림 '축복' 

 

어느 여름날 오후 길 가던 스님이 원두막에서 소나기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김을 매고 돌아가던 농부 내외도 비를 피해 원두막으로 왔습니다. 조금 있으니 지나가던 나그네도 원두막으로 왔습니다.

 

 

아! 그리운 시절, 원두막

 

비 그치기를 기다리기가 지루했던지 농부 내외와 나그네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농부가 말했습니다.

우리 마을의 철수네는 집안에 우환이 그칠 새가 없어요. 철수 어머니는 자기가 전생에 지은 업이 많아서 그렇다고 유명한 도사에게 부탁해서 업장소멸 100일 기도를 한다네요

듣고 있던 나그네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나는 평생 하는 일마다 실패를 했어요. 그래서 점집에 찾아갔더니 전생의 업이 두터워서 그렇다고 업장소멸 굿을 하라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동생 집에 돈을 빌리러 가는 중입니다.”

 

 

굿

 

스님은 아무 말 없이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농부의 아내가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업장이 무엇인가요?”

스님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업장이란 과거에 지은 업이 현재 나의 삶에 장애와 고통으로 찾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농부가 말했습니다.

스님, 조금 알아듣기 쉽게 말씀해 주십시오.”

 

농부와 소

 

스님이 말했습니다.

과거에 저지른 나의 행동이 지금 나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업장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승진을 하려고 하는데 과거의 어떤 비리가 드러나서 승진을 못 한다거나 하는 것이 업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농부의 아내가 말했습니다.

업장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은 없습니까?”

스님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있습니다. 자비 공덕을 쌓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도 큰 자비 공덕이 됩니다.”

농부가 말했습니다.

도사를 찾아가거나 점집에 찾아가서 업장소멸하는 방법도 있습니까?”

스님이 말했습니다.

그런 것은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업장소멸이 아닙니다.”

농부가 말했습니다.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스님이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 항아리가 있는데 그 항아리 안에 자갈을 넣어 강물에 빠뜨렸습니다. 그리고서는 돌멩이로 그 항아리를 깨뜨렸습니다. 그러면 항아리 안의 자갈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물속에 가라앉게 됩니다. 이때 모여 기도하기를, ‘자갈이여, 물 위로 떠 오르시오.’라고 아무리 기도하고 굿을 한다고 하여 자갈이 물 위로 떠 오르지 않습니다.”

나그네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주발

 

히말라야산 소금덩어리

 

넓은 호수

 

스님이 말했습니다.

여기에 주먹만 한 소금 덩어리가 하나 있습니다. 이것을 주발에 담아 소금을 녹여 그 소금물을 마시면 어떨까요? 그러면 너무나 짜서 마실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넓은 호수에 던져 넣어서 그 소금 덩어리가 풀어진 물을 마시면 어떨까요? 그 물은 이제 짜지 않아서 마실만 할 것입니다.”

농부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발의 소금물이 아니라 넓은 호수의 소금물처럼 될 수 있습니까?”

 

 

진묵대사

 

스님이 말했습니다.

소승이 옛날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예전 조선 시대에 진묵대사(震默大師, 1562~1633)라는 큰 도인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스님이 가만 보니 자기 상좌 중에 명이 열흘밖에 남지 않는 동자승이 한 사람 있는 거예요. 도저히 절에다 놓고 죽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나 먹다가 죽으라고,…… 어린 상좌가 집에 가는데 느닷없이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개밋둑(호주)

 

개미떼

 

 

"개울물이 불어 개미집이 떠내려가고 있는 것을 상좌가 보고는 자기의 장삼을 벗어 던져서 수억 마리나 되는 개미들을 건져서 살려 주었습니다. 그동안 큰 스님 밑에서 살생하지 마라.’,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어야 한다.’라는 등의 법문을 늘 들어왔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자비를 베풀게 된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아무 탈 없이 절에 돌아온 동자승을 보고 스님이 놀라서 물었습니다. ‘네가 죽을 운명인데 어찌 살아왔느냐? 집에 가는 길에 무슨 좋은 일을 한 적이 있느냐?’ 그러자 동자승이 물에 떠내려가고 있던 개미 떼를 살려주었던 일을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이, ‘참 잘했다. 수억만 마리의 개미를 살려준 공덕으로 너의 생명이 80까지 연장되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농부 내외와 나그네가 입을 쫘악 벌리고 있는데 스님이 덧붙였습니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는 있습니다. 과거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자비입니다. 주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고통을 제거해주며, 그들과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자비가 업장이라는 소금 덩어리를 녹이는 넓은 호수입니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덧 소나기가 그쳤습니다.

나그네와 농부 내외 그리고 스님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참고자료>

근본경전연구회해피법당붇다와다선원

최봄보리 그림 '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