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저 불승이 태운 것은 부처님인가 나무토막인가

붓다의 정원

저 불승이 태운 것은 부처님인가 나무토막인가

진영갈매기 2020. 12. 17. 19:36

단하천연선사 불상을 태우다

 

단하천연(丹霞天然, 739824) 선사는 고향과 본관 성씨에 대해서 분명한 기록이 없다.

젊었을 때 유교에 통달했다. 관리가 되기 위하여 과거시험에 응하려고 낙양(洛陽)으로 가던 도중에 어떤 선객(禪客)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가 물었다.

선생은 어디로 가시오?”

과거를 보러 갑니다.”

공부가 아깝다! 어째서 부처 과거로 가지 않고 벼슬 과거를 보러 갑니까? ”

부처 과거를 보려면 어디로 가나요?”

스님이 대답했다.

지금 강서(江西) 지방에 마조(馬祖道一, 709788) 대사가 나타났는데 거기가 부처를 고르는 곳입니다. 선생은 그리로 가시오.”

 

 

마조도일선사

 

즉시 길을 떠나 강서로 가서 마조 선사를 보자마자 손으로 두건의 이마를 치니, 마조가 잠깐 돌아보고는 말했다.

여기에서 남쪽으로 7백 리를 가면 석두(石頭希遷, 700-790) 선사가 바위에 앉아 계신다. 그곳으로 가라.”

단하는 그날로 길을 떠나 석두 선사를 찾아가니 선사가 말했다.

부엌에서 반찬이나 만들어라.”

부엌에서 공양주를 한지, 3년이 지나던 날 하루는 석두가 홀연히 대중에게 말했다.

내일 아침 공양을 마친 뒤 법당 앞의 한 무더기 풀을 깎으리라.”

이튿날 대중들은 제각기 낫을 들고나왔으나, 단하는 머리 깎는 칼과 물을 가지고 석두 선사 앞에 나타났다.

석두가 이를 보고 웃으면서 머리를 깎아 주고 또한 계법을 설명해 주려고 하자 단하가 귀를 막고 나가버렸다.

 

 

석두희천선사

 

그리고는 강서로 가서 다시 마조를 뵈었는데, 절을 하기 전에 바로 나한전(羅漢殿)으로 들어가서 나한상(羅漢像)의 어깨에 걸터앉아 있었다.

대중들이 깜짝 놀라서 마조 선사에게 알리자, 마조가 몸소 나한전에 들어와 보고서 말했다.

내 자식아. 천연(天然)스럽기 그지없구나.”

 

 

전북 고창 선운사 도솔암 나한전

 

단하가 얼른 내려와서 절을 하면서 말했다.

이름을 지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로 인해 천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마조가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석두에서 왔습니다.”

석두의 길이 미끄러운데 넘어지지는 않았는가?”

넘어졌다면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경북 거조암 석조 오백나한상

 

단하 선사가 천하를 두루 행각 하다가 저녁 늦게 낙양(洛陽)의 혜림사(慧林寺)에 도착했다.

지객(知客)이 늦게 왔다고 밥도 안 주고 불도 안 땐 객실(客室)에서 자라고 하였다.

때마침 겨울이라 하도 추워서 단하가 법당의 나무부처[木佛]를 들어다가는 도끼로 패서 아궁이에 넣고는 군불을 지폈다.

 

단하소불(丹霞燒佛)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원주(院主)가 이 모습을 보고 달려오더니 펄쩍 뛰며 고함을 질렀고, 마침내 절의 모든 대중이 다 잠에서 깨어서는 법석을 떨었다.

주지가 말했다.

거룩한 부처님을 가져다가 군불을 때다니, 스님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그러자 단하 선사는 막대기로 재를 헤치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이 절의 부처가 하도 용하다고 소문이 나서 태워서 사리(舍利)를 얻으려는 참입니다.”

그러자 주지는 더욱 화를 내며 대들었다.

이 땡추야! 목불에서 무슨 놈의 사리가 나온단 말인가.”

그러자 단하 선사가 호통을 쳤다.

만약 사리가 없는 부처라면 나무토막에 불과한데, 나무에 불을 땠다고 해서 나를 책할 것이 없지 않으냐!”

단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혜림사 주지의 앞 눈썹이 몽땅 빠져버렸다.

 

 

목불

 

이 일을 두고 어떤 학인이 진각(眞覺慧諶, 1178~1234) 국사에게 물었다.

단하는 목불을 태웠고 주지는 펄펄 뛰었는데 이것은 누구의 허물입니까?"

진각 대사가 말했다.

주지는 부처만을 보았고 단하는 나무토막만을 태웠느니라.”

 

 

경기도 하사창동 고려시대 철불

 

이 이야기는 단하소불丹霞燒佛이라는 유명한 화두이다.

단하가 나한상에 올라가 목말을 탄 것이나 법당 안의 나무부처를 태워 군불을 지핀 일화 등의 예화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상이란 마음공부나 참선 수행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자 수단으로 만든 형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일화이다.

그래서 조주(趙州從諗, 778~897) 선사가 나무로 빚은 부처는 불을 지나지 못하고, 진흙으로 빚은 부처는 물을 지나지 못하며, 청동으로 빚은 부처는 용광로를 지나지 못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

 

 

중국 맥적산 진흙불상
중국 맥적산 석굴

 

단하천연은 입적할 때 제자들에게 말했다.

목욕물을 준비하라. 나는 인제 가려고 한다.”

목욕한 뒤 가사 장삼을 입었다. 석장(石丈)을 짚고 신을 신은 다음 한 발을 내어 딛고 그 다음발이 땅에 닿기 전에 입적하였다.

 

단하선사의 입적을 묘사한 그림

 

 

* 혹시 몰라서 간단하게 설명 ㅋ 죄송

선객(禪客) : 선사(禪師), 선불교를 수행하는 승려

공양주(供養主) : 절에서 밥을 짓는 소임. 또는 그 소임을 맡은 사람.

나한전(羅漢殿) : 나한상을 안치하는 사찰 당우

나한(羅漢) : 석가모니의 제자 가운데 아라한과를 얻은 성자

지객(知客) : 절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맡은 스님

원주(院主) : 절의 살림살이를 맡는 스님

승당(僧堂) : 승려가 좌선하며 거처하는 곳.

 

* 참고 자료 *

<전등록>

<조당집>

경북 거조암 석조 오백나한상

전북 고창 선운사 도솔암 나한전

경기도 하사창동 고려시대 철불

중국 맥적산 석굴

중국 맥적산 진흙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