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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아랫목 같은 옛이야기

사람이 소로 보이던 시절의 이야기

진영갈매기 2020. 12. 17. 19:38

 

김혜경 그림, 담배피는 호랑이

 

우리나라 음식에서 파(혁총, 革蔥)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양념이다. 실제로 파의 효능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식욕 증진, 감기 예방, 살균, 해독, 다이어트, 성인병 예방, 숙면, 혈액 순환, 고기 잡내 제거, 생선비린내 제거 등 얼른 봐도 10여 가지나 된다.

 

 

 

물론 약간이긴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너무 많이 먹게 되면 파 속의 자극적인 성분으로 인해서 위장장애가 올 수도 있다.

 

또 난치성 피부질환이나 림프선결핵 천식 등의 질환이 있거나 체질이 허해 땀이 많이 나는 분들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강원도 양구군지를 보면 사람이 파를 먹게 된 사연이 설화로 전해진다.

 

 

강원도 양구군

 

옛날 하고도 아주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아직 파라는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그때는 사람들의 눈에 다른 사람이 갑자기 소로 보이곤 했다고 한다. 어제까지도 멀쩡하게 사람으로 보였는데 오늘은 소로 보이므로 사람들은 날마다 제 형제나 친구들을 잡아먹었다.

 

이즈음 마을의 한 청년이 늙은 황소 한 마리를 잡아먹었는데 맛있게 먹고 나서 보니 그것은 바로 자기의 아버지였다 한다.

 

아버지 이 천하에 머리를 들지 못할 불효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저 모든 것은 이 두 눈 때문입니다. 제 눈에 아버지가 소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땅을 치며 목을 놓아 통곡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오랜 고심 끝에 청년은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찾아보자. 세상은 넓다. 어딘가 사람이 소로 보이지 않고 사람으로 보이는 나라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나라를 찾아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어오리라.“

 

청년은 굳게 결심하고 이튿날 길을 떠났다. 집을 떠난 청년은 걷고 또 걸어서 한없이 갔다. 그러나 청년이 가는 곳에 어디에도 그런 나라와 마을은 없었다.

 

모든 사람이 사람을 소로 알고 서로 잡아먹고 있었다. 그러나 청년은 실망하지 않고 계속 찾아다녔다. 봄과 가을이 바뀌기를 스무 번도 서른 번도 더하는 세월이 흘렀다.

 

 

노인이 된 청년

 

청년은 어느덧 늙은이가 됐다. 눈은 침침해서 어둡고 다리에는 힘이 빠져서 이제는 빨리 보고 빨리 걸을 수도 없었다.

 

길을 걸으면서 이제는 늙은이가 된 청년이 홀로 한숨을 내쉬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얼마나 더 찾아봐야 할 것인가? 과연 내 생전에 찾을 수는 있기나 할까?”

 

 

전라남도 곡성 마을

 

하루는 어떤 고요하고 아득한 마을에 이르렀다. 푸른 산과 맑은 냇물을 끼고 집들이 총총히 들어서 있었다.

 

그는 마을 어귀에 이르러 늙은 소나무 아래에서 다리를 쉬었다. 근처에는 밭이 있었고 거기서는 이제까지 맡아본 적이 없는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 왔다.

 

 

소나무 아래

 

참으로 냄새가 좋구나. 무슨 풀이기에 이렇게 좋은 냄새를 풍기는 것일까?”

그는 밭을 둘러보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밭에는 기다란 풀이 가지런히 가꾸어져 있었다.

 

 

파 밭

 

이때 소나무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앉아 계시는 어른은 누구신가요? 이 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돌아다보니 휜 수염이 보기 좋게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노인이 서 있었다.

아이고, 실례가 많습니다. 나는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다리가 아파서 잠깐 쉬고 있습니다.”

 

나이도 적지 않게 드신 분이, 그래 어디를 가시는 길이시오?"

마을을 떠날 때는 새파란 청년이었건만 떠돌아다니는 동안에 이렇게 늙었답니다.”

 

그렇군요, 그래 무슨 볼일로 그렇게 세상을 떠돌아다니시오?”

사람이 사람을 소로 보고 잡아먹지 않는 마을을 찾아 떠돌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자기 마을 사정과 그가 한평생을 떠돌아다니게 된 경위를 하나도 빼지 않고 자세히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노인은 가엾다는 뜻이 나그네를 바라보았다.

 

사실은 우리 고장에서도 예전에 사람이 소로 보여서 날마다 잡아먹는 일이 있었소이다. 그러다가 저기 저 밭에 심은 풀을 먹고 난 후부터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사람을 소로 오인하고 잡아먹는 일이 사라졌소이다.”

 

이 말을 듣고 나그네는 뒤집힐 듯이 놀랐다. “어쩐지 냄새가 향기롭고 좋더군요. 그래 저 풀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저 풀은 파라는 것이오. 맛도 대단히 좋소이다.”

 

 

 

나그네는 너무나 기뻐서 땅에 꿇어앉아 노인에 간청했다.

이제야 소원을 풀었습니다. 엎드려 부탁합니다. 제발 나에게 저 풀을 나누어 주십시오.”

나그네는 풀씨 한 봉지를 얻어 품속에 깊이 간직하고는 고향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가슴에 기쁨을 한 아름 안고 고향에 돌아온 그는 남향 밭 기름진 곳을 골라서 그 씨를 뿌렸다. 그리고는 즐거움을 참지 못해 마을로 들어갔다.

 

그러나 슬픈 일이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소로 보였기 때문에 모두 쟁기를 들고 덤벼들었다.

 

아니요, 나는 소가 아니라 사람이요.” 아무리 소리쳐 외쳤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놈의 소 크게도 운다하며 마을 사람들은 마침내 그를 잡아먹어 버렸다.

 

 

 

 

밭이 우거진 파를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풀이 하도 향기로워 먹어보니 맛도 또한 좋았다.

 

 

 

사람들은 그 맛에 끌려서 날마다 반찬으로 먹게 되었다. 파를 먹게 된 사람들은 비로소 사람을 소로 보는 일이 없게 됐고 마을은 평화를 되찾았다고 전해진다.

 

<참고 자료>

강원도 양구군 전설과 설화 www.ygtou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