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1966)

죽기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8편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1966)

진영갈매기 2020. 12. 5. 13:15

 

 

1. '남과 여' : 누구나 한번은 겪어본 듯한 여름밤의 꿈같은 사랑 이야기

아시다시피 '남과 여'는 클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가 감독하고 아누크 에메(Anouk Aimée)와 장루이 트린티냥(Jean-Louis Trintignant)이 출연한 1966년 프랑스 영화입니다.

'남과 여'1966년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서 47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8209,706명의 관객을 동원 해외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고, 1979년 재수입되어 234,718명을 동원하는 당시로는 드문 흥행기록을 수립했습니다.

 

2. 인물과 배경

1) 여주인공 아누크 에메

 

 

여주인공 안느(Anne)는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스턴트 배우인 남편이 촬영 중의 폭발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아직 그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채 딸을 키우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파리에 살면서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딸 프랑스와즈가 다니는 도빌의 기숙학교를 찾아갑니다.

 

2) 프랑스 도빌(Deauville)

 

프랑스 도빌

 

영화 <남과 여>의 배경인 도빌은 프랑스 북부에 있는 해안입니다. 파리에서부터 206km 거리로 (도빌을 포함한 북쪽 해안은) 2차대전의 전세를 뒤바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무대로 유명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빌은 파리에 이어 두 번째로 샤넬이 매장을 연 곳이기도 합니다.

 

도빌의 샤넬 매장

 

 

우리에게는 2001년 도빌에서 열리는 아시아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대상을 수상해서 더욱 친숙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구 3,700(2015년 기준)에 불과하니 도시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은 겸연쩍지만,……

 

 

3). 남주인공 장루이 트린티냥

 

장은 2012년 영<아무르>에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남과 여>에서는

혼자서 아들 '앙뚜완'을 키우고 있는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나옵니다.

(Jean Louis)은 카레이서입니다. 심한 부상으로 사경을 헤맬 때, 그 충격으로 아내가 자살합니다.

주말이면 아들이 있는 '도빌'의 기숙학교를 방문합니다.

 

<아무르>

 

 

4). 감독 클로드 를루슈

 

클로드 를루슈는남과 여>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사랑과 슬픔의 볼레로(Bolero, 1982)> 등이 개봉되었습니다. <남과 여: 20년 후>(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éjà)도 감독했고 1986년 개봉되었습니다.

 

5). 영화 음악 작곡가 : 프랑시스 레이(Francis Lai)

 

<남과 여>는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프랑시스 레이가 작곡한 음악입니다. 감미롭고도 쓸쓸한 보사노바풍인 <남과 여> 주제가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그 후광으로 1970<러브스토리>의 음악을 작곡하고, 아카데미 음악상과 골든글로브 영화 음악상을 받습니다. 지금까지도 <남과 여><러브스토리>의 주제가는 영화 음악의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3. 짧은 시간의 불꽃 튀는 사랑 이야기

영화는 우연히 아이들의 기숙사 학교에서 만나 충동적인 사랑에 빠지는 중년이자 독신인 여자와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죽은 남편과 아내에 대한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의리라고나 할까 근거 없는 죄책감으로 헤어지지만, 마지막에는 다시 결합합니다.

이때 두 사람이 만나 서로 껴안고 360도로 도는데 칠흑 같던 주변이 갑자기 환해집니다.

반짝! 온 우주가 그들에게만 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지막 장면은 로맨스 영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게 회자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 포옹마저도 결국에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덧없이 끝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 몽환적(夢幻的)인 분위기가 우리를 더 안타깝게 하고 달뜨게 만듭니다.

 

4. 리뷰: 이런 저런 단상

주인공 남자 장은 잘생겼다고 말하기는 좀 그런 남자입니다. 호남형이죠. 반면에 여자 주인공 안느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전형적인 프랑스 미인이라고 하는군요. 큰 키에 매혹적인 단발머리, 거기에다가 지적이고도 고상한 외모. 특히 네모난 턱에 우수에 젖은 커다란 눈(저는 그 눈에 빠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허스키한 음성 너무 매력적입니다.

 

 

 

<남과 여> 영화가 프랑스를 휩쓸고 간 후 많은 여자 주인공들이 네모난 턱으로 성형을 하고 싶어 했다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턱을 자르는 건 몰라도 붙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성형외과 의사들이 말했다고 하는군요.

 

그 대신 미용실이 불티가 났다고 합니다. 단발머리 하느라고.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 오드리 헵번 머리가 유행한 이후 최고로 손님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로마의 휴일>

 

29세의 클로드 를로쉬는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친구에게 4만 달러를 빌려서 카메라 한 대를 빌려서 작업에 들어갔고, 3주일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제작 각본 촬영 편집 감독까지 모두 그가 혼자 맡았다고 합니다. 돈이 모자라서 야외 분은 컬러로 촬영하고 실내분은 모두 흑백으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볼 때 흑백으로 나오는 부분과 컬러로 나오는 부분에 감독의 어떤 깊은 예술적 노림이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또 보고했습니다. 그것을 찾으려고. 그러다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얼마나 웃었던지. 천재와 둔재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과 여>는 묘하게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논리나 이성이 아니라 감각이나 감성에 호소하는 영화입니다. 5월 어느 날에 갔던 젊은 날의 소풍처럼. 지나고 보면 허망하지만 살면서 누군가 일평생에 한 번씩은 겪어봄 직한 상황. 아니면 겪어보고 싶었던 상황입니다.

 

요즈음 말로는 밀당이라 그러겠죠. 무의식적으로 하는 서로 간의 유혹이죠. 평생의 연인을 만난 남녀의 끌어당김과 밀어냄. 끌어당김은 육체를 가진 현재가 시키는 일이고 밀어냄은 그들의 과거, 죽은 남편과 아내의 모습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공허한 느낌이 납니다. 여름날 소나기처럼 서로 강하게 끌리고 있지만 결국에는 원래대로 돌아갈 것 같은. 그리고 그 두 연인도 그것을 예감하고 있는 듯한,…… 그래서 더 안달이 나는.

 

이 영화는 디지털시대의 영화는 아닙니다. 판으로 치면 LP, 감성으로 치면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틀스의 음악이 고전이고 명곡인 것만큼 <남과 여>도 고전이고 명작입니다. 평생을 두고 보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영화입니다.

 

 

1986년에 속편 <남과 여 20년 후>가 나왔습니다. 클로드 를로쉬가 다시 감독을 맡았고, 남녀 주인공 장과 안느의 캐스팅도 그 대롭니다. 이들의 20년 후 이야기도 여러분과 한번 같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