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한겨울의 아랫목 같은 옛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한겨울의 아랫목 같은 옛이야기 28

덕유산 호랑이의 밥이 된 파계승

덕유산(德裕山)은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있다. 주봉은 향적봉(香積峰, 1,614m)이며, 오늘날의 지리(地理)로는 그 위치가 전라북도 무주군·장수군과 경상남도 거창군·함양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이다. 덕유산 근처에 자리 잡은 절집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자세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신라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향적봉 남쪽 기슭에 있던 수유사(須臾寺)에 행실이 아주 못된 불승(佛僧) 한 사람이 있었다. 그 파계승은 평소 불법(佛法, 부처님의 법)의 본래 뜻은 불법(不法,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헛소리를 하면서, 막행막식을 밥 먹듯이 하였다.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무엇이나 먹으니, 안 하는 행동 못 먹는 음식이 없었다. 그 땡추 때문에 수유사 대중 전체가 골머리를 앓다가 대중공사를 거쳐 쫓..

글 한 줄도 모르는 떠꺼머리총각 살아서 부처님 소리를 듣다 ②

“그만 일어나세요. 그곳은 바람이 다니는 길이라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수도 있어요.” 하는 소리가 공중에서 들리는 것 같더니, 환하게 웃던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습니다. 작아지고, 작아지고,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는 하나의 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홀연! 반짝하는 것 같더니 구름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병석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다가, 갑자기 들리는 ‘쿵’하는 소리에 천지가 새까맣고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좁은 바위틈에서 무심결에 일어나다가 천장에 있는 돌팍에다 머리통을 박은 것이었습니다. ‘아아이고 아아파라.’ 혹이 금방 커다랗게 부풀러 올랐습니다. 병석은 멍청하니 앉아서는, 혹을 문지르며, ‘꿈이었나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위틈으로 사..

글 한 줄도 모르는 떠꺼머리총각 살아서 부처님 소리를 듣다 ①

전라도 영암 땅에 있는 월출산 기슭에는 관음사라는 오래된 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관음사 아랫마을에는 나무를 해 저자에 팔고 방아를 찧어서 품을 파는 가난한 떠꺼머리총각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총각의 이름은 병석이었습니다. 병석은 영리함하고는 거리가 먼데다가 심한 말더듬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새벽녘 우물가에서 처음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맑은 품성을 지녔습니다. 자기네들하고 같은 부류인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마을의 코흘리개들이 동무로 여겨 해맑은 목소리로 ‘형아, 형아’ 하고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병석 또한 아이들을 제 동기간 같이 좋아해서, 즐겨 업고 지고 메고 하면서 더듬더듬 혀 짧은 목소리로 같이 놀아주었습니다. 나무를 하러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병석은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관음..

가여운 처녀의 사랑을 홀대한 개혁사상가 조광조의 비극적 인생

나이 열서너 살 무렵의 소년 조광조(靜庵 趙光祖, 1482~1519)는, 길을 가던 사람들이 한번은 반드시 되돌아볼 정도로 태도가 의젓하고 용모가 준수했다. 정암 조광조는 거의 매일 서책을 끼고 공부를 다녔는데 그 왕래하는 모습을 이웃에 사는 아전(衙前)의 외동딸이 보고 깊이 사모했다. 그러나 자기의 사랑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절로 가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세월이 가면서 그리운 마음에 병이 들었고 상사병은 마침내 고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졌다. 처녀의 부모에게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이름난 의원을 불러 진맥을 해보아도 누구도 병이 난 원인을 알지 못하므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부모 또한 않아 누울 지경이 되었다. 병이 위중해지고 ..

호랑이를 감동하게 한 김현의 사랑

옛날 신라 경주에서는 매해 음력 2월이 되면, 초여드레에서 시작하여 보름까지, 선남선녀들이 흥륜사의 전탑(殿塔)을 돌면서 좋은 배필 구해 주기를 부처님께 비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신라 38대 원성왕 8년(792) 때 있었던 일입니다. 낭군(郎君) 김현(金現)이 밤이 깊도록 홀로 탑을 돌고 있을 때, 바로 옆에서 이제 막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청순한 모습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무아미타불’을 외면서 같이 돌았습니다. 밤새 탑돌이를 하던 두 청춘 남녀는, 뜻한 바가 같은지라, 서로 마음이 움직여 눈짓을 주고받았습니다. 탑돌이를 마친 김현과 처녀는 구석진 곳에서 서로 정담을 주고받다가 마침내 관계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새벽이 되자 처녀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이대로 헤어지기 싫었던 김현은, 만..

뱀술 먹고 문둥병 고친 걸인

충청도 은진(恩津, 현재의 논산)과 석성(石城, 현재의 부여) 사이에 있는 어떤 고을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어느 해 마을 향약(鄕約)의 책임을 맡았다. 선비는 장차 이 일을 축하하는 마을 행사에 사용하려고 술 한 동이를 빚었다. 열흘이 지나자 술이 익어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런 기름이 한 치가량 표면에 떠 있었다. 술을 거르는 틀에 올려놓을 때가 되어, 바가지로 주머니에 담으려는데, 바가지에 무엇인가가 자꾸 걸리는 것이었다. 꺼내 보니 지게막대기만 한 독사가 항아리 속에서 똬리처럼 몸을 틀고 죽어있었다. 소식을 듣고 모여든 동네 사람들이 그 모양을 보고 펄쩍펄쩍 뛰었다. 어떤 이는 부정 탔다고 불쾌해했고, 어떤 이는 더럽다고 땅바닥에 대고 퉤퉤 침을 뱉었다. 그래서 마을 어른 ..

천년 먹은 지네의 소원 ②

여인의 집으로 가는 길 도중에 천 년 묵은 아름드리 고목이 한 그루 있었습니다. 그 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어디선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귀에 익은 목소리라 만석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들아, 내 아들아! 나는 네 아버지의 혼령이다. 내 말을 잘 들어라. 너는 ‘그것’을 만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천년이나 된 요망한 지네가 여자의 몸으로 변신했을 뿐이다. 제발 부탁이니,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어서 돌아가거라.” 그 목소리는 확실히 죽은 부친의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만석은 두고 온 처녀가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나는 그 여인을 만나야 합니다. 저는 그 여인에게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누구도 내가 ..

천년 먹은 지네의 소원 ①

옛날 한양 변두리 왕십리에 찢어지게 가난한 박만석(朴萬石)이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만 만석일 뿐, 송곳 하나 꽃을 땅도 없는 알짜 가난뱅이라서,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몇 년째 지붕을 잇지 못해 머리 위의 초가지붕으로는 낮에는 해가 밤에는 별이 훤히 보였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자, 절망에 빠진 만석은 마침내 이 세상을 하직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어디로 간다고 아내에게 말하지도 않고 집을 나왔습니다. 한강으로 가서는 맞춤한 낭떠러지가 나올 때까지 찾아 헤맸습니다. 그럴듯한 장소를 발견하자 만석은 벼랑 끝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꼭 감고는, 흐르는 물속으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만석이 한강에 몸을 던진 지, 한 식경이나 지났으려나, 빨..

호랑이 수염을 구해 외아들의 병을 고치려는 겁 없는 여인

옛날 어떤 마을에 일찍 남편을 잃고 외아들과 함께 사는 청송댁이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청송댁이 산속의 암자에서 수행하는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습니다. 그 스님은 도력이 높을 뿐 아니라 기적의 치료약을 만든다고 소문난 사람이었습니다. 청송댁이 암자 안으로 들어가자 경전을 보고 있던 스님은 온화한 어조로 물었습니다. “보살님! 그래 무슨 일로 찾아오셨소” “아! 덕이 높으신 스님, 저는 지금 곤경에 처해있습니다. 제발 저를 위해서 치료약을 만들어주세요.” “치료약을 만들어달라고요?” 스님은 눈가를 가늘게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툴툴거렸습니다. 청송댁은 거듭 고개를 조아리며 하소연했습니다. “스님! 스님께서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저는 끝장이랍니다.” 스님은 청송댁의 사정이나 들어보기로 했..

호랑이로 환생해 전생의 원한을 푼 처녀

아주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쯤이었다. 통도사 백운암에서 한 젊은 스님이 홀로 불교 경전을 공부하고 있었다. 장차 교학의 훌륭한 강사가 되기를 서원한 이 스님은 아침저녁 예불을 통해 자신의 염원을 부처님께 기원하면서 경학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직 영축산 기슭 군데군데에 잔설이 남아있던 어느 이른 봄날이었다. 스님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책상 앞에 단정히 앉아 경전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인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아리따운 아가씨의 음성이 밖에서 들려왔다. 스님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깊은 산중에 게다가 대낮도 아닌 밤중에 웬 여인의 음성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잘못 들었구나 싶어 다시 경책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 젊은 여자의 음성이 분명하고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