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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아랫목 같은 옛이야기

호랑이를 감동하게 한 김현의 사랑

진영갈매기 2021. 1. 19. 09:35

 

신라, 경주 흥륜사 탑돌이/ 대구불교대학 커뮤니티 불교관련 설화 및 전설

 

옛날 신라 경주에서는 매해 음력 2월이 되면, 초여드레에서 시작하여 보름까지, 선남선녀들이 흥륜사의 전탑(殿塔)을 돌면서 좋은 배필 구해 주기를 부처님께 비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신라 38대 원성왕 8(792) 때 있었던 일입니다.

낭군(郎君) 김현(金現)이 밤이 깊도록 홀로 탑을 돌고 있을 때, 바로 옆에서 이제 막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청순한 모습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무아미타불을 외면서 같이 돌았습니다.

 

 

탑돌이하는 김현 총각과 호랑이처녀./대구불교대학 커뮤니티 불교관련 설화 및 전설

 

밤새 탑돌이를 하던 두 청춘 남녀는, 뜻한 바가 같은지라, 서로 마음이 움직여 눈짓을 주고받았습니다.

탑돌이를 마친 김현과 처녀는 구석진 곳에서 서로 정담을 주고받다가 마침내 관계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새벽이 되자 처녀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이대로 헤어지기 싫었던 김현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처녀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울부짖는 호랑이

 

서산 기슭에 이르러 한 초가에 들어가니 애타게 처녀를 기다리고 있는 늙은 여자가 물었습니다.

네가 데리고 온 저 젊은이가 대체 누구냐?”

처녀는 얼굴이 발개졌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말을 다 듣고 난 후 처녀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비록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안 한 것보다는 못하게 되었구나. 그러나 이미 저지른 일이니 나무랄 수도 없다. 구석진 곳에 저 남자를 숨겨두어라. 너의 오빠들이 저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할까 무척 두렵구나.”

처녀는 김현을 이끌고 가서 구석진 곳에 숨겼습니다. 조금 뒤에 호랑이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면서 들어오더니, 사람 말을 하였습니다.

 

 

고구려 벽화, 사냥하는 장면

 

집안에서 맛있는 사람 냄새가 솔솔 나는구나! 밤새도록 허탕을 쳤는데 마침 잘 되었다.”

이 말을 들은 늙은 여자는 소리 내어 아들들을 꾸짖었습니다.

너희 코가 잘못된 것이겠지, 여기에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 해괴한 소리를 하느냐?”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에서 제석천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석천

 

너희들이 사람의 고기를 너무 즐겨 먹어서 생명을 해침이 너무 많다. 마땅히 한 마리를 죽여서 본보기로 삼아야겠다.”

호랑이 세 마리가 그 말을 듣더니 모두 몸을 벌벌 떨면서 두려워했습니다.

처녀가 눈을 빠르게 깜빡거리며 말했습니다.

오라버니 세 분이 멀리 피해 가서 앞으로 행동을 조심하겠다면 하늘이 내린 벌을 제가 대신 받도록 하겠습니다.”

호랑이 세 마리가 기뻐 꼬리를 흔들면서 다리야 날 살리라고 도망가버렸습니다.

호랑이 세 마리가 사라지자 처녀가 김현을 나오게 하더니 말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낭군이 우리 집에 오시는 것이 부끄러워 짐짓 사양하고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저와 낭군은 비록 같은 종류는 아니지만, 하루 저녁의 즐거움을 같이했으니, 소녀로서는 큰 은혜를 입었고, 우리는 부부의 정을 맺은 것입니다. 저의 세 오라버니가 지은 패악은 이제 하늘이 미워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리 집안에 닥친 재앙을 제가 혼자 당하려 하는데, 보통 사람의 손에 죽는 것이, 어찌 낭군의 칼날에 죽어서 소녀가 받은 은덕을 갚는 것과 같겠습니까? 제가 내일 저자에 들어가 사람들을 심하게 해치는 흉내를 내면, 임금께서 반드시 높은 벼슬을 걸고 사람을 모집하여 저를 잡게 할 것입니다. 그때 낭군은 겁내지 말고 나를 쫓아 남산 북쪽의 숲속까지 오시면 제가 낭군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처녀의 말을 들은 김현이 단호한 표정으로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사람과 사람끼리 관계함은 하늘이 인간에게 준 도리요. 그러니 다른 종류와 관계한 것을 인제 와서 떳떳한 일이라고 주장할 할 생각은 없소. 그러나 이미 잘 지냈으니 진실로 하늘이 인정하고 하늘이 준 은혜라고 생각하오. 그런데 사내 된 이가 어찌 배필의 죽음을 팔아서 요행(僥倖)의 벼슬을 바랄 수가 있겠소. 절대 안 됩니다.”

김현의 말에 행복한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던 처녀가 엎드려 간절하게 애원했습니다.

낭군께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저의 죽음은 하늘의 명령이요, 낭군의 칼에 죽음은 또한 제 소원입니다. 낭군의 경사요, 우리 일족의 복이며, 나라 사람들의 기쁨입니다. 제가 한 번 죽음으로써 다섯 가지 이익을 얻게 되는데 어찌 그것을 어길 수 있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저를 위하여 절을 짓고 경전을 강하여 다음 생에 제가 좋은 과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되게 해 주신다면, 저로서는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없겠습니다.”

 

 

새로 지은 흥륜사

 

마침내 서로 울면서 작별했습니다.

다음날 과연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가 성안으로 들어와서 사람들을 심하게 해치니, 감히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원성왕이 이 소식을 듣고 급히 영()을 내려 말했습니다.

호랑이을 잡는 사람은 2급의 벼슬을 주겠다.”

김현이 임금에게 나아가 아뢰었습니다.

소신이 그 일을 해내겠습니다.”

 

 

신라 38대 원성왕

 

 

왕은 이에 벼슬부터 먼저 내려 그를 격려했습니다.

김현은 칼을 쥐고 숲속으로 들어가니, 호랑이은 낭자로 변하더니 반가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어젯밤에 낭군과 정으로 서로 결합 된 일을 낭군은 절대로 잊지 마십시오. 오늘 내 발톱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모두 흥륜사의 간장을 그 상처에 바르고 그 절의 나발(喇叭) 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입니다.”

말이 끝나자, 낭자는 김현이 찼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찔러 넘어졌다. 낭자는 곧 호랑이의 형체로 바뀌었다. 김현은 숲에서 나와 외쳤습니다.

내가 지금 호랑이을 잡았다.”

그러나 그 사유는 숨기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호랑이 처냐가 시키는 대로 상처를 치료하니 그 상처가 모두 나았습니다. 지금도 민간에서는 호랑이에게 입은 상처에는 그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김현과 호랑이 처녀/대구불교대학 커뮤니티 불교관련 설화 및 전설

 

 

김현은 서천 냇가에 절을 지어 호원사(虎願寺)라 이름하고, 상시 범망경(梵網經)을 강()하여 호랑이의 저승길을 인도하고 또한 제 몸을 죽여 자기를 출세케 한 은혜에 보답했습니다.

김현이 죽을 때에 이르러 지나간 일의 신기함에 깊이 감동하여, 붓으로 적어 전기를 만들었으므로 세상에서는 그때 비로소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글 이름을 논호림(論虎林)’이라 했습니다.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 탑돌이

 

 

 

오호라! 슬픈지고! 김현이 짐승과 교접했을 때 그것이 변해 사람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부득이 사람을 상하게는 했으나 처방을 일러줘 사람 들을 구해 주었습니다. 짐승도 어질기가 이와 같은데 사람으로서 짐승만도 못한 자가 지금도 있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이 사적의 전말을 자세히 살펴보건대, 탑돌이를 할 때 사람을 감동하게 했고, 하늘에서 불러 악을 징계하려고 하자 자신이 대신 벌을 받았으며, 신령한 약방문을 전함으로써 사람을 구하고 절을 세우고 불계(佛戒)를 가르치게 했습니다.

 

 

대승경전 법망경

 

 

이것은 짐승의 본성이 어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김현이 탑돌이를 할 때 정성을 다한 것에 감응하여 불보살이 그에게 이익을 주고자 한 것일 뿐입니다.

기리어 읊는다.

산가(山家)의 세 오라비 죄악이 많지만

고운 입에 한 번 승낙 어떻게 하리

다섯 가지 의로움에 죽음은 오히려 가볍구나

숲속에서 맡긴 몸 낙화처럼 떨어져 갔도다

 

 

<용어 해설>

- 선남선녀(善男善女):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다. 불법을 믿고 귀의해 다섯 가지 규율을 지키며 선()을 닦는선남자(善男子) 선여인(善女人)’을 줄인 말.

- 흥륜사 : 신라 최초의 절로써 불교를 신라에 가져온 고구려 승려 아도(阿道)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절터에 남아있던 석조(石槽, 돌그릇) 경주 최대의 규모이며, 발굴하여 수습된 얼굴무늬 기와 등은 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현재 사적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다.

- 낭군(郎君) : 남의 아들을 높여 이르는 말.

  예전에, 젊은 아내가 남편을 사랑스럽게 이르던 말

- 제석천(帝釋天) : 불법을 지키는 신

- 경주 남산 : 금오산(金鰲山)이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는 북쪽의 금오산과 남쪽의 고위산(高位山)의 두 봉우리 사이를 잇는 산들과 계곡 전체를 통칭해서 남산이라고 한다.

- 요행(僥倖) : 분수 이외의 것을 희망, 뜻밖의 복

- 나발(喇叭) : 놋쇠로 만든 한국 전통 관악기

- 호원사(虎願寺) : 신라 사람 김현이 호랑이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창건한 경주에 창건한 사찰.

 

<참고자료>

- 국립경주박물관, 석조 등의 자료

- 신윤복 그림, 월하정인

- 팔공총림 동화사, 대구불교대학 커뮤니티 불교관련 설화 및 전설

- 권상로 편,한국사찰전서(韓國寺刹全書)(동국대학교출판부,1979)

- 일연 지음, 이재호 옮김, 삼국유사25권 제7감통편,

  김현이 범을 감동시키다[金現感虎](솔출판사, 2008)에서 기본 아이디어를 가져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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