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 끝> 뱀술 먹고 문둥병 고친 걸인

한겨울의 아랫목 같은 옛이야기

뱀술 먹고 문둥병 고친 걸인

진영갈매기 2021. 1. 15. 12:48

 

솽광사 지잘전 벽화 : 목건련이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하다

 

충청도 은진(恩津, 현재의 논산)과 석성(石城, 현재의 부여) 사이에 있는 어떤 고을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어느 해 마을 향약(鄕約)의 책임을 맡았다. 선비는 장차 이 일을 축하하는 마을 행사에 사용하려고 술 한 동이를 빚었다.

 

 

논산 은진 향교

 

막걸리

 

열흘이 지나자 술이 익어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런 기름이 한 치가량 표면에 떠 있었다. 술을 거르는 틀에 올려놓을 때가 되어, 바가지로 주머니에 담으려는데, 바가지에 무엇인가가 자꾸 걸리는 것이었다.

꺼내 보니 지게막대기만 한 독사가 항아리 속에서 똬리처럼 몸을 틀고 죽어있었다.

 

똬리

 

 

소식을 듣고 모여든 동네 사람들이 그 모양을 보고 펄쩍펄쩍 뛰었다. 어떤 이는 부정 탔다고 불쾌해했고, 어떤 이는 더럽다고 땅바닥에 대고 퉤퉤 침을 뱉었다.

그래서 마을 어른 여럿이 모여 공론을 하고 결론을 내렸다. 아깝지만 새로 술을 빚기로 하고, 독에 있는 것은 버리기로 했다.

 

 

뱀이 똬리를 튼 모양

 

그때 문득 대문 밖에서 양식을 구걸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복(奴僕)이 나가보니 웬 문둥병에 걸린 남자가 흉측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궐자(厥者)의 땟국이 자르르 흐르는 얼굴에는 잘 익은 자두 같은 붉은 종기가 나 있었으며 코는 어디에다 버렸는지 구멍 두 개만 하늘을 향해 뻥 뚫려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마을 아이들이 쫓아와 돌을 던지고 욕을 하는 통에 놀란 문둥병 걸린 사내는 허겁지겁 도망을 갔다.

 

 

부여고란사의 가울

 

선비가 가만 생각해보니 언젠가 뱀술이 약이 된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그래서 종을 시켜 그 사내를 불러오게 하였다.

문둥병 걸린 사내가 쭈뼛쭈뼛 다가오자 선비는 물었다.

여기 술이 있는데 아직 채 거르지도 않은 것이다. 어디서 들어왔는지 독사 한 마리가 들어가서 똬리를 틀고 죽어있구나.”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에 관한 설화가 전해진다.

 

영문을 모르는 거지는 무조건 하고 대답했다.

내가 뱀술을 약으로 쓴다는 소리를 전에 어디서 들은 것 같다. 그래서 네놈이 원한다면 주려고 하는데 받아 마시겠느냐?”

, 주시기만 하면 고소원이지만 불감청입니다.”

불감청이지만 고소원이라. 알았다."

 

 

바가직

 

선비가 큰 바가지에 가득 술을 따라 주었다. 바가지가 얼마나 큰지 열잔 술은 족히 들어갈 것 같았다.

배가 무척 고팠던지 술을 받자마자 숨도 안 쉬고 문둥이는 바가지를 비워버렸다. 거지가 모두 비우자 선비가 말했다.

한 바가지 더 마실 수 있겠느냐?”

, 주기만 하신다면,……

선비가 다시 주었더니 그 술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그리고는 선비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대문 밖으로 나갔다.

 

 

부여 백마강

 

술에 크게 취한 문둥이는 지팡이를 의지하여 한참이나 비틀비틀 길을 가더니 마을 입구의 개울가에 이르러

서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사내에게 희한한 일이 생겼다.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몸의 부스럼이 문드러지고 만 것이다.

놀라운 것은 문드러진 사이로 붉은색에 털이 달린 두 치가량의 벌레가 상처를 헤집고 나오더니 땅에 쏟아졌다. 벌레들은 땅 위에서 꿈틀거리다가 바로 죽었는데 대충 봐도 거의 두세 되쯤은 되는 것 같았다.

 

문둥병 사내는 술이 깨자 선비에게 가서 이 사실을 말했다. 선비는 이야기가 끝나자 사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남은 술을 마저 꺼내주었다.

한 달쯤 지난 뒤에 문둥병 사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다시 선비를 찾아왔는데, 지난날의 흉측한 얼굴이 다 사라지고 새 얼굴이 되어있었다.

 

 

아귀지옥에서 벗어나 개로 태어났다가, 마침내 개의 몸을 벗은 목건련의 어머니

 

 

선비가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날개옷을 펼치고 환하게 웃으며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마침 그때가 우란분절의 때였다.

선비인 아들은 모르고 했지만, 문둥이에게 베푼 공덕이, 부처님을 감동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선비의 어머니를 아귀지옥에서 빼내 서방정토로 가게 했다.

 

 

목건련과 아귀지옥의 어머니

 

이때부터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가족 되는 이가 독사를 구해 술을 빚어 마셨는데, 제대로 된 독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마시기만 하면 반드시 병이 나았다고 한다.

 

 

<용어 해설>

향약(鄕約) : 조선 시대 마을의 자치규약

한 치 : 일 촌(一寸), 길이의 단위. 한 자(, )10분의 1, 3.03

똬리 : 여자들이 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는 고리 모양의 물건. 짚이나 천을 틀어서 만든다.

노복(奴僕) : 종살이를 하는 남자.

궐자(厥者) : ‘를 낮잡아 이르는 말.

우란분절(盂蘭盆節) : 음력 715. 백중(百中). 우란분재(盂蘭盆齋, 盂蘭盆節)는 흔히 백중이라 부르는 음력 715일에 사찰에서 거행하는 불교 행사이다. 죽은 사람이 사후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구하기 위해, 후손들이 음식을 마련하여 승려들에게 공양하는 불교 행사.

아귀도(餓鬼道) : 불교 육도윤회 중 하나이다. 아귀는 음식과 물을 절대로 먹지 못하고 설령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음식이 다 불에 타버린다. 언제나 배고프며 아무리 먹어도 이 배고픔은 계속된다. 죽으면 다시 환생해 계속 그 고통이 이어진다. 아귀도에 있는 귀신은 몸이 크고, 입은 바늘구멍만 하다. 죄가 많은 사람, 돈을 많이 밝히는 사람, 식탐이 매우 많고 구두쇠인 사람 등이 간다.

 

* 참고 문헌 *

於于堂 柳夢寅 作, <於于野談>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어우야담>(돌베게, 2006)

 

 

링크

<유튜브><블로그> 구독과 좋아요. 부탁합니다. 성가시겠지만 ㅎ!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6Oer7r5t6Kb1gmuR9jaQzA

방랑자 블로그 https://bonghwa.tistory.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eople/%EC%9D%B4%EB%8D%95%EC%A7%84/100057939819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