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열서너 살 무렵의 소년 조광조(靜庵 趙光祖, 1482~1519)는, 길을 가던 사람들이 한번은 반드시 되돌아볼 정도로 태도가 의젓하고 용모가 준수했다. 정암 조광조는 거의 매일 서책을 끼고 공부를 다녔는데 그 왕래하는 모습을 이웃에 사는 아전(衙前)의 외동딸이 보고 깊이 사모했다. 그러나 자기의 사랑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절로 가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세월이 가면서 그리운 마음에 병이 들었고 상사병은 마침내 고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졌다. 처녀의 부모에게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이름난 의원을 불러 진맥을 해보아도 누구도 병이 난 원인을 알지 못하므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부모 또한 않아 누울 지경이 되었다. 병이 위중해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