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으로 변신한 귀신에 혼쭐 난 전라도사 전라도사(全羅都事) 김 아무개가 전주 남청(南廳)에 있을 때의 일이다. 기생들은 모두 뒤채에 있었고 종들도 물러나 다른 곳에서 쉬고 있었다. 날이 저물 무렵 김모가 홀로 무료하게 앉아 있는데 한 기생이 신발을 끌고 동헌 앞을 지나갔다. 얼른 봐도 그 옷차림이 매우 곱고 아름다웠으며 용모와 자태가 세련되고 우아하였다. 게다가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아련하고도 해사한 표정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여염집 부인에게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라 김모는 스스로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물어보는데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너는 누구인가?”, “예, 전주 교방(敎坊, 기생학교)의 기생입니다.” 나지막하고도 간드러진 음성이 마음을 울렸다. “교방 기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