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신라 경주에서는 매해 음력 2월이 되면, 초여드레에서 시작하여 보름까지, 선남선녀들이 흥륜사의 전탑(殿塔)을 돌면서 좋은 배필 구해 주기를 부처님께 비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신라 38대 원성왕 8년(792) 때 있었던 일입니다. 낭군(郎君) 김현(金現)이 밤이 깊도록 홀로 탑을 돌고 있을 때, 바로 옆에서 이제 막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청순한 모습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무아미타불’을 외면서 같이 돌았습니다. 밤새 탑돌이를 하던 두 청춘 남녀는, 뜻한 바가 같은지라, 서로 마음이 움직여 눈짓을 주고받았습니다. 탑돌이를 마친 김현과 처녀는 구석진 곳에서 서로 정담을 주고받다가 마침내 관계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새벽이 되자 처녀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이대로 헤어지기 싫었던 김현은,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