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생은 밤새워 보림사 대적광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 주변을 천천히 돌았습니다. 일찍 아내를 잃고 탐진강에서 고기를 잡아 홀아비의 몸으로 어렵게 김생을 키우던 아버지가 몹쓸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오늘로 딱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묘지 옆에 움막을 짓고, 지극정성으로 3년간 시묘살이를 하는 동안, 김생은 어느덧 18살의 의젓한 사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가지산 보림사 명부전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가가 모셔져 있었습니다. 김생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아미타부처님께 기원했습니다. 부친의 유언대로, 이제 오늘 밤이 지나면, 김생은 고향 장흥(長興)을 떠나서 멀리 낯선 땅 한양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한양 남대문 근처에는 박돌석이라는 부친의 죽마고우 한 분이 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