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임금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경기도 파주(坡州)의 적성(積城) 마을에 이재교라는 시골 부자가 살고 있었다. 이재교의 조부는 원래 함경도에 있는 화전민 집에서 태어났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 떠돌아다니다가, 흘러 흘러서 적성마을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는 원래 근면 성실한 데다가 의리가 있고 사람들과 교제하기를 좋아했다. 누가 굶는다고 하면 남모르게 자기네 집 저녁 지을 쌀을 퍼다 주는 등 적선을 베풀어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었다. 하지만 워낙 없는 살림에서 시작해서 자기 대에는 겨우 밥술이나 굶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들 대를 거쳐, 손자인 재교 대에 이르러서는, 해마다 추수가 1,000여 석에 이르는 큰 부자가 되었다. 손자 역시 조부와 성품이 비슷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