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쯤이었다. 통도사 백운암에서 한 젊은 스님이 홀로 불교 경전을 공부하고 있었다. 장차 교학의 훌륭한 강사가 되기를 서원한 이 스님은 아침저녁 예불을 통해 자신의 염원을 부처님께 기원하면서 경학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직 영축산 기슭 군데군데에 잔설이 남아있던 어느 이른 봄날이었다. 스님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책상 앞에 단정히 앉아 경전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인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아리따운 아가씨의 음성이 밖에서 들려왔다. 스님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깊은 산중에 게다가 대낮도 아닌 밤중에 웬 여인의 음성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잘못 들었구나 싶어 다시 경책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 젊은 여자의 음성이 분명하고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스님, ..